정년보다 먼저 정해야 할 것은 다음 역할이다
정년연장 시대의 핵심 질문은 “몇 세까지 일하게 할 것인가”가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그 사람이 계속 맡을 역할이 무엇이며,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학습 장치가 일 옆에 붙어 있는가”다. 중장년 직원에게 AI 특강, 디지털 기초반, 퇴직 전 노하우 인터뷰만 제공하는 조직은 계속고용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이수 기록을 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고령층은 더 오래 일하기를 원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0.9%였고, 장래 근로 희망자는 69.4%, 희망 근로 연령은 평균 73.4세였다. 그러나 취업 경험자 중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사람의 평균 이탈 연령은 52.9세였다. 일하고 싶은 기간과 주된 일자리가 끊기는 시점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
이 글의 결론은 분명하다. 중장년 리스킬링은 나이가 많은 직원을 다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핵심 업무가 끊기지 않도록 역할을 재설계하고, 숙련자의 암묵지를 업무 보조자료로 바꾸며, AI/DX 도구를 실제 과업 안에서 연습하게 하는 운영 모델이다. HRD는 수강률이 아니라 역할 전환, 재작업 감소, 도움 요청 감소, 지식 재사용, 멘토링 통과율, 건강 부담 완화를 봐야 한다.

사람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역할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정년연장 논의가 본격화되면 기업은 흔히 두 가지 대응을 떠올린다. 하나는 임금피크제와 재고용 제도 같은 인사 제도 조정이다. 다른 하나는 중장년 대상 디지털 교육을 늘리는 것이다. 두 대응 모두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HRD 관점에서 보면 둘 다 충분하지 않다. 제도는 근무 기간을 늘릴 수 있지만 일이 새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 과정은 지식을 제공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수행할 역할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KDI는 중장년 노동시장의 핵심 문제를 직무단절로 설명한다. 청년기와 중년기에는 자료분석, 조직관리 같은 전문적 업무를 수행하던 근로자가 생애 주된 일자리를 떠난 뒤에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육체적인 업무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KDI는 직무 내용과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의 활용, 숙련된 업무능력의 활용 가능성을 함께 언급한다. 기업교육이 이 논의를 받아들이면 처방은 명확해진다. 중장년 직원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라”고 말하기 전에 회사가 어떤 역할을 계속 맡길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OECD Employment Outlook 2025의 고령근로자 장도 같은 경고를 준다. OECD는 평생학습이 스킬 약화를 막고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적응하게 하며 더 생산적인 일자리로 이동하는 데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2023년 조사에서 60-65세의 성인학습 참여율은 25-44세보다 낮았고, 일하면서 배우는 learning-by-doing도 나이가 들수록 줄었다. 25-29세는 62%가 적어도 매주 업무를 통해 배운다고 답했지만, 60-65세는 45%였다. 같은 교육 수준과 직업을 통제해도 55-65세는 25-34세보다 훈련 참여 가능성이 7%p 낮고, learning-by-doing 가능성은 14%p 낮았다.
이 숫자를 “나이가 들면 덜 배운다”로 읽으면 안 된다. 더 정확한 해석은 “나이가 들수록 배우게 만드는 업무 구조가 줄어든다”다. OECD는 장기 근속자가 직무특화 스킬을 축적할수록 새로운 스킬을 배울 필요를 덜 느낄 수 있고, 기업도 잔여 근속 기간을 낮게 보아 훈련 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중장년 리스킬링은 학습 의지를 탓하는 문제가 아니다. 업무 이동, 역할 갱신, 과업 변화, 피드백, 보조자료, 실습 시간이 설계되어 있는지를 묻는 문제다.
정년 65세는 확정된 미래가 아니라 준비해야 할 운영 압력이다
2026년 7월 10일 현재 한국의 법정 정년은 60세 이상이다. 65세 정년이 이미 확정됐다고 쓰면 사실과 다르다. 다만 정년연장 논의는 더 이상 주변 이슈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5년 2월 27일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권고했고, 2026년 3월 10일 국무조정실과 고용노동부가 권고 이행계획을 회신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사회적 대화와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단계적 입법 추진을 언급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입법 여부만 기다릴 수 없다. 인력 고령화, 숙련자 퇴직, 청년 채용 부족, AI/DX 전환, 산업안전과 건강 부담, 임금체계 조정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년연장이 법으로 확정되기 전에 이미 현장에는 계속고용에 가까운 문제가 생긴다. 숙련자는 남아 있지만 예전과 같은 업무 강도는 어렵고, 젊은 직원은 들어오지만 핵심 예외 판단을 충분히 배우지 못하며, AI 도구는 배포됐지만 누가 어떤 업무에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 기준이 없다.
이때 HRD가 할 일은 중장년 교육과정을 따로 하나 만드는 것이 아니다. 조직이 보유한 역할을 다시 분류해야 한다. 첫째, 계속 수행해야 하는 핵심 과업은 무엇인가. 둘째, 육체 부담이나 야간·교대 부담 때문에 줄여야 할 과업은 무엇인가. 셋째, 후배에게 전수해야 할 예외 판단은 무엇인가. 넷째, AI와 자동화로 줄일 수 있는 반복 업무는 무엇인가. 다섯째, 숙련자가 검수, 코칭, 품질관리, 고객 이슈 해결, 현장 개선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정년연장 논의가 HRD에 주는 메시지는 “중장년을 위한 강좌를 늘리라”가 아니다. 50대 후반, 60대 초반, 재고용 인력이 맡을 수 있는 역할 포트폴리오를 만들라는 것이다. 이 포트폴리오가 없으면 교육은 겉돈다. 직원은 배웠지만 쓸 일이 없고, 관리자는 역할을 맡기지 못하며, 회사는 비용만 늘었다고 느낀다.
한국 기업의 실패 장면은 대개 강의가 아니라 일 옆에서 생긴다
중장년 리스킬링이 실패하는 장면은 익숙하다. 50대 이상 직원만 모아 디지털 기초반을 열고, 업무와 무관한 도구 메뉴를 설명한다. 직원은 수료하지만 실제 보고서, 고객 응대, 설비 점검, 품질 이슈, 협력사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다시 옆 사람에게 묻는다. 교육은 끝났지만 업무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
퇴직 예정자에게 마지막 달에 노하우 인터뷰를 몰아서 하는 경우도 많다. 한 시간짜리 인터뷰가 회의록으로 남지만, 후임자가 실제 업무 중 꺼내 쓸 판단표, 체크리스트, 실패 신호, 고객별 예외 사례로 바뀌지 않는다. 숙련은 기록됐지만 사용 가능한 지식 자산은 남지 않는다.
고령 숙련자에게 후배 OJT를 맡기면서 정작 본인의 AI/DX 재교육 시간은 배정하지 않는 장면도 반복된다. 조직은 그를 “가르치는 사람”으로만 보고 “역할을 갱신해야 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면 숙련자는 과거 방식만 전수하고, 후배는 새로운 디지털 방식과 기존 현장 판단을 연결하지 못한다.
AI 도구 배포도 비슷하다. 회사가 생성형 AI를 열어 주고 “업무에 써 보라”고 말하지만, 입력 금지 데이터, 검수 절차, 책임 경계, 예외 상황 판단표를 주지 않으면 경험 많은 직원일수록 사용을 피할 수 있다. 실수 책임과 보안 리스크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AI 교육은 기술 적응 교육이 아니라 전문성을 유지하는 방식의 재설계로 설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리자의 기준 부재가 있다. 팀장은 “요즘은 AI도 써야 한다”고 말하지만 어떤 산출물에서 어떤 수준까지 AI를 써도 되는지, 어떤 부분은 반드시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지, 숙련자의 검토는 어디에 붙어야 하는지 정하지 않는다. 학습은 개인 눈치와 자기 방어로 흩어진다.
숙련 전승은 인터뷰가 아니라 업무 보조자료로 남아야 한다
중장년 리스킬링의 출발점은 별도 교육과정이 아니라 업무 보조자료다. 여기서 보조자료는 긴 매뉴얼을 뜻하지 않는다. 실제 업무 화면, 고객 사례, 보고서 양식, 설비 점검 절차, 상담 기준, 품질 판단표 옆에 붙는 한 장짜리 기준이다. 체크리스트, 예시 문장, 금지 입력 데이터, 프롬프트 템플릿, 재작업 신호, 에스컬레이션 기준, 고객별 주의사항이 여기에 해당한다.
숙련자의 암묵지는 “어떻게 해왔는가”를 묻는 인터뷰로는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 더 좋은 질문은 “언제 멈추는가”, “어떤 신호가 보이면 상사에게 올리는가”, “초보자가 가장 자주 놓치는 예외는 무엇인가”, “AI가 만든 초안에서 가장 먼저 보는 오류는 무엇인가”, “이 고객에게는 어떤 표현을 피해야 하는가”다. 이런 질문은 지식을 절차와 판단 기준으로 바꾼다.
세대 간 지식전수도 다시 정의해야 한다.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경험지와 디지털 실행법을 교환하는 구조여야 한다. 중장년 숙련자는 고객, 품질, 공정, 예외 상황, 조직 맥락을 제공한다. 젊은 직원이나 디지털 챔피언은 AI 도구 사용, 자동화, 문서화, 데이터 조회 방식을 보완한다. 두 사람이 함께 하나의 산출물을 고치고, 그 과정을 업무 자산으로 남길 때 학습이 조직에 축적된다.
예를 들어 영업 조직에서는 숙련자의 고객별 협상 신호를 후배가 CRM 입력 기준과 AI 요약 프롬프트로 바꿀 수 있다. 제조 현장에서는 설비 이상 징후를 숙련자가 설명하고, 젊은 직원은 사진, 센서 데이터, 점검 체크리스트, 모바일 학습 카드로 바꿀 수 있다. 고객센터에서는 민원 악화 신호를 선배가 설명하고, 후배는 응대 스크립트와 AI 초안 검수 기준으로 정리할 수 있다.

AI/DX 교육은 새 도구 소개가 아니라 익숙한 업무를 다시 수행하는 훈련이다
Urban Institute의 2026년 brief는 AI가 고령근로자에게 두 방향의 영향을 준다고 정리한다. 한쪽에는 새 스킬 학습 의지와 기술 편안함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 고용주 제공 훈련 접근성 부족, 디지털 접근성과 기초 디지털 스킬 부족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오랜 전문 경험을 가진 고령근로자가 비판적 사고, 창의적 문제 해결, 윤리적 감독, AI 결과 해석과 평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AI 교육은 “고령 직원이 뒤처지지 않게 하는 교육”으로 설계하면 안 된다. 경험 많은 직원이 AI 결과를 더 잘 검수하고, 판단 품질을 유지하며, 후배에게 암묵지를 남기게 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실무 설계는 세 단계가 적절하다. 먼저 낮은 위험의 실제 업무를 고른다. 회의 요약, 내부 공지 초안, 비식별 고객 사례 분류, 점검표 정리처럼 정보보안과 고객 리스크가 낮은 과제부터 시작한다. 그다음 직무별 AI 사용 기준을 붙인다. 입력 금지 데이터, 사용 가능 업무, 사람 검수 지점, 최종 책임자, 로그 보관 기준을 명확히 한다. 마지막으로 숙련자가 AI 산출물을 검수하며 자신의 판단 기준을 말하게 한다. 이때 후배나 디지털 챔피언은 그 기준을 프롬프트, 체크리스트, 예시 라이브러리로 바꾼다.
중장년 직원에게 필요한 것은 “프롬프트 100개”가 아니다. 내 업무에서 첫 클릭을 어떻게 바꿀지, 어떤 정보를 넣으면 안 되는지, AI가 만든 초안의 어떤 부분을 먼저 의심해야 하는지, 내 경험을 어떻게 검수 기준으로 바꿀지다. 이런 훈련은 강의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 산출물을 함께 고치고, 수정 이유를 기록하고, 다음 사람이 같은 기준을 재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AI 교육에서 특히 피해야 할 표현이 있다. 중장년을 디지털 취약층으로 단정하거나, 연령만으로 생산성을 판단하거나, AI만 배우면 계속 일할 수 있다고 말하는 방식은 모두 위험하다. 생산성은 연령 자체보다 과업 구성, 건강 부담, 스킬 갱신 기회, 역할 설계에 좌우된다. AI 교육은 계속고용 전략의 한 축이지 임금체계, 근무조건, 배치, 건강 리스크, 자동화 문제를 대신 해결하지 못한다.
Build, Redeploy, Mentor, Automate를 나눠야 교육 투자가 보인다
중장년 인재 전략은 한 가지 처방으로 풀리지 않는다. 어떤 직원은 현재 역할에서 스킬을 보강하면 계속 성과를 낼 수 있다. 어떤 직원은 육체 부담이나 역할 수요 변화 때문에 다른 역할로 옮겨야 한다. 어떤 직원은 후배와 전환자를 키우는 멘토 역할이 더 중요하다. 어떤 과업은 자동화하거나 AI로 보조해 사람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HRD와 HR 전략은 build, redeploy, mentor, automate 네 가지 선택지를 함께 운영해야 한다. build는 현재 역할 또는 인접 역할에서 90-180일 안에 필요한 스킬을 보강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 때 쓴다. redeploy는 현재 직무 지속은 어렵지만 품질관리, 고객 이슈, 현장 개선, 교육, 검수로 숙련을 옮길 수 있을 때 쓴다. mentor는 예외 판단과 암묵지가 있고 후배의 오류 비용이 클 때 쓴다. automate는 반복적이거나 위험하거나 육체 부담이 큰 과업을 줄이고 사람이 검수·예외·개선 역할로 이동할 수 있을 때 쓴다.
이 판단에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다만 개인의 나이를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핵심 과업, 품질 이슈, 재작업률, 오류율, 리드타임, 고객 안정성, 육체 부담, 교대·야간 노출, 직무 선호, 스킬 프로필, 관리자 검증, OJT 통과율을 함께 봐야 한다. 건강 데이터는 개인 배제 근거가 아니라 직무 조정과 배려 설계 근거로 써야 한다.
| 판단 영역 | 핵심 질문 | 볼 데이터 | 의사결정 |
|---|---|---|---|
| 숙련 유지 | 사라지면 안 되는 암묵지와 고숙련 과업은 무엇인가 | 핵심 과업, SME 평가, 품질 이슈 | mentor, redeploy |
| 스킬 갭 | 12-24개월 뒤 역할에 필요한 스킬과 현재 스킬 차이는 무엇인가 | 스킬 프로필, 실제 산출물, 관리자 검증 | build |
| 생산성 | 성과가 유지되는 과업과 부담이 커지는 과업은 무엇인가 | 품질, 재작업, 오류, 리드타임 | build, redeploy |
| 건강·지속가능성 | 업무 강도가 계속 근무를 방해하는가 | 집단·직무 단위 부담, 병가·산재 신호 | redeploy, automate |
| OJT 품질 | 숙련 전수가 실제 수행으로 이어지는가 | 관찰-공동수행-독립수행 통과율 | mentor |
| 자동화 적합성 | 자동화가 대체가 아니라 부담 감소로 이어지는가 | 반복성, 예외율, 검수 부담 | automate |
이 표를 쓰면 교육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55세 이상 AI 교육”이라는 큰 프로그램 대신, 특정 공정의 숙련 검수자 build, 특정 지점의 고객 이슈 mentor, 특정 야간 작업 redeploy, 특정 반복 보고 automate처럼 업무 단위 처방이 가능해진다.
일본 기업교육은 계속고용을 전력화하는 OJT 설계가 필요하다
일본어판에서는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일본 맥락은 한국 기업에도 참고가 된다. 후생노동성의 令和7年 高年齢者雇用状況等報告에 따르면 65세까지의 고령자 고용확보 조치를 실시한 기업은 99.9%였다. 70세까지의 고령자 취업확보 조치를 실시한 기업은 34.8%로 전년보다 2.9%p 늘었다. 65세 이상 정년 기업, 정년제 폐지 기업 포함 비율은 34.9%였다. 일본은 65세까지의 고용확보 조치가 의무이고, 70세까지의 취업기회 확보는 노력의무라는 점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이 숫자는 제도 도입만으로 전력화가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계속고용 제도가 있어도 역할이 단순 보조나 저부가 업무로 밀리면 숙련은 활용되지 않는다. 반대로 역할과 OJT가 설계되면 고령 인력은 숙련 전승, 품질 안정, 고객 신뢰, 현장 개선, DX 전환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일본 기업에는 計画的OJT, 継続雇用, 再雇用制度, 熟練継承, DX人材育成, デジタルスキル標準 같은 문맥이 강하다. 이 맥락에서 중장년 리스킬링은 온라인 강좌를 듣게 하는 문제가 아니라 현장 과제, 대면 OJT, 평가 시트, 커리어 면담, 업무 보조자료를 묶는 문제다. 한국 기업도 비슷하다. 계속고용을 인사 제도로만 다루면 비용 논쟁이 되고, 역할과 학습 경로로 다루면 숙련 유지 전략이 된다.

90일 파일럿은 나이가 아니라 핵심 과업 리스크에서 시작한다
첫 파일럿은 “55세 이상 전원”으로 잡지 않는 편이 좋다. 연령 기준은 낙인을 만들고, 실제 업무 리스크를 놓치기 쉽다. 더 나은 기준은 정년 5년 이내 핵심 과업 담당자, 퇴직 시 지식 손실이 큰 역할, 육체 부담이 높은 직무, AI/DX로 과업이 바뀌는 직무, 재배치 후보 역할이다. 규모는 한 부서 20-30명 정도가 적당하다.
1-2주차에는 핵심 역할 2-3개를 고른다. 누가 나이가 많은가가 아니라 어떤 과업이 사라지면 사업 리스크가 생기는가를 묻는다. 품질 문제, 고객 이슈, 안전 리스크, 단일 담당자 의존도, 후임자 확보 난이도를 본다.
3-4주차에는 과업을 분해한다. 각 과업의 숙련 난이도, 육체 부담, 디지털 요구, 예외 판단, 품질 영향, 후임자 확보 가능성을 기록한다. 이때 숙련자 인터뷰만 하지 말고 실제 산출물, 점검표, 고객 응대 기록, 재작업 사례를 함께 본다.
5-6주차에는 역할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유지할 과업, 줄일 과업, 후배에게 전수할 과업, 자동화할 과업, 재배치할 과업을 나눈다. 이 단계에서 교육 목록이 아니라 업무 보조자료 목록을 만든다. 체크리스트, 판단표, 예시 문장, 프롬프트 템플릿, 검수 루브릭, 에스컬레이션 기준이 산출물이다.
7-10주차에는 OJT 실험을 운영한다. 숙련자와 디지털 챔피언을 쌍방향 페어로 묶고, 실제 산출물을 함께 고친다. 숙련자는 판단 기준을 말하고, 디지털 챔피언은 문서화와 자동화 방법을 제안한다. 학습자는 관찰, 공동 수행, 제한된 독립 수행 순서로 과제를 통과한다. 멘토 시간은 주당 최소 1시간 이상 공식 업무로 배정해야 한다.
11-12주차에는 build, redeploy, mentor, automate 결정을 내린다. 성공 기준은 수료율이 아니다. 핵심 과업 커버리지, 재작업률 변화, 도움 요청 감소, 후임자 처리시간, 보조자료 재사용, AI 산출물 검수 품질, 직무적합성 개선, 건강 부담 감소, 관리자 위임 가능 판단을 본다.
중장년 리스킬링에 지금 적용할 운영 기준
중장년 리스킬링을 시작하는 HRD 담당자는 다음 질문부터 확인해야 한다.
| 점검 영역 | 질문 |
|---|---|
| 역할 | 정년 전후로 유지해야 할 핵심 역할과 줄여야 할 과업을 구분했는가 |
| 과업 | 숙련 의존도가 높고 AI/DX 영향이 큰 과업 3개를 골랐는가 |
| 보조자료 | 긴 매뉴얼보다 업무 옆 체크리스트, 판단표, 예시 문장을 만들었는가 |
| OJT | 숙련자와 디지털 챔피언이 실제 산출물을 함께 고치는 시간이 있는가 |
| AI 기준 | 입력 금지 데이터, 사용 가능 업무, 사람 검수 기준을 직무별로 썼는가 |
| 멘토링 | 멘토 시간을 KPI와 업무량에 반영했는가 |
| 데이터 | 수료율보다 재작업, 도움 요청, 지식 재사용, 처리시간 변화를 보는가 |
| 건강 | 개인 배제가 아니라 직무 부담 조정 관점으로 건강·안전 신호를 보는가 |
| 언어 | “고령자 교육”이 아니라 역할 전환과 업무 품질 강화 언어를 쓰는가 |
| 갱신 | 보조자료의 소유자와 갱신 주기를 정했는가 |
이 체크리스트는 교육을 작게 만들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중장년 리스킬링을 조직의 숙련 유지 전략으로 끌어올리자는 뜻이다. 과정 수가 많아도 역할이 없으면 학습은 남지 않는다. 반대로 짧은 보조자료라도 실제 업무 옆에 붙고, 관리자가 피드백하고, 후배가 재사용하면 조직의 스킬 자산이 된다.
오래 일하게 하려면 계속 기여할 일을 설계해야 한다
정년연장 시대의 중장년 리스킬링은 복지성 교육도, 디지털 소외 방지 교육도 아니다. 기업이 보유한 숙련을 끊기지 않게 하고, AI/DX 전환 속에서도 경험 많은 직원이 계속 가치 있는 역할을 수행하게 만드는 운영 모델이다. 핵심은 오래 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설계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은 지금 정년연장 입법만 기다릴 시간이 없다. 55세 이상 고령층은 이미 더 오래 일하기를 원하고, 생애 주된 일자리는 그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끊기며, AI와 자동화는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다. HRD는 이 변화를 강좌 목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역할 포트폴리오, 업무 보조자료, 쌍방향 OJT, AI 검수 기준, 스킬·건강·성과 데이터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 운영 모델은 기업교육 플랫폼의 역할도 바꾼다. 플랫폼은 중장년 직원에게 긴 온라인 강의를 배정하는 수준을 넘어, 업무 현장 옆에서 쓰는 짧은 기준, 세대 간 지식전수 자산, AI 사용 체크리스트, 관리자 피드백 기록을 연결해야 한다. 다만 플랫폼은 도구일 뿐이다. 먼저 조직이 중장년 인재를 “남는 인력”이 아니라 “역할을 새로 설계해야 할 핵심 숙련 자산”으로 볼 때 리스킬링이 작동한다.
함께 읽을 글
출처
- OECD, “Staying in the game: Skills and jobs of older workers in a changing labour market”, OECD Employment Outlook 2025, 2025-07.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2025/07/oecd-employment-outlook-2025_5345f034/full-report/staying-in-the-game-skills-and-jobs-of-older-workers-in-a-changing-labour-market_cc7ee11c.html
- Urban Institute, “AI and Older Workers: Implications and Strategies for Preparing Older Adults for AI in the Workplace”, 2026-01-13. https://www.urban.org/research/publication/ai-and-older-workers
- World Economic Forum, “The Longevity Dividend: The Business Case for Linking Health and Wealth”, 2026-06-23. https://www.weforum.org/publications/the-longevity-dividend-the-business-case-for-linking-health-and-wealth/
- 국가데이터처,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 2025-08-06. https://mods.go.kr/board.es?act=view&bid=210&list_no=437914&mid=a10301030200
- KDI, “직무 분석을 통해 살펴본 중장년 노동시장의 현황과 개선 방안”, KDI FOCUS, 2024-06. https://www.kdi.re.kr/research/focusView?pub_no=18356
-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 법정 정년연장 권고, 국무조정실·고용노동부 ‘수용’”, 2026-03-10. https://www.humanrights.go.kr/base/board/read?boardManagementNo=24&boardNo=7611876&menuLevel=3&menuNo=91
- 厚生労働省, “令和7年『高年齢者雇用状況等報告』の集計結果を公表します”, 2025-12-19. https://www.mhlw.go.jp/stf/newpage_6685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