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공모 마감일이 지났는데 지원자가 두 명이다. 공고는 인트라넷 첫 화면에 걸렸고, 안내 메일도 세 번 나갔으며, 지원 자격은 최대한 넓게 열어 두었다. 그런데 인사팀이 개별로 확인해 보면 같은 문장이 반복된다. “팀장님이 지금은 곤란하다고 하셔서요.” 제도는 작동했고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인재 독점은 팀장이 자기 팀의 유능한 구성원을 다른 자리로 보내지 않으려고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이동 경로를 좁히는 행동이다. 공식 반대표를 던지는 경우는 드물다. 공개되는 잠재력 등급을 한 칸 낮추고, 사람 눈에 잘 띄는 교육 기회에서 이름을 빼고, 경력 대화를 다음 분기로 미루는 형태로 나타난다.
기업교육 관점에서 결론은 분명하다. 인재를 붙잡는 것은 팀장의 인성이 아니라 팀 성과만으로 팀장을 평가하고 결원 보충을 약속하지 않는 인사 규칙이다. 이 규칙을 그대로 둔 채 사내공모 시스템을 새로 깔거나 이동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벌이면, 팀장은 더 조용하고 더 추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같은 일을 계속한다.
팀장을 탓하기 전에 그 자리의 손익표를 먼저 읽어야 한다
유능한 구성원이 옆 본부로 옮기면 팀장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지 계산해 보면 답이 빨리 나온다. 이번 분기 팀 목표는 그대로다. 결원은 정원 조정 회의를 거쳐야 하고, 그 회의는 분기 말에 열린다. 채용이 승인돼도 공고와 면접, 입사 대기까지 몇 달이 더 필요하다. 새로 온 사람이 떠난 사람만큼 하려면 다시 반년이 걸린다.
그동안 팀 지표는 팀장의 이름으로 기록된다. 인재를 키워 내보낸 실적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는 선택은 게으름이 아니라 합리적 판단이다. 회사가 팀장에게 요구하는 두 가지, 즉 이번 분기 성과와 인재 육성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고, 보상은 앞쪽에만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두고 “인재는 회사 자산이지 팀 자산이 아니다”라고 말해 봐야 소용이 없다. 팀장이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아서 사람을 붙잡는 것이 아니다. 동의하면서도 자기 손익표를 따를 뿐이다.
관리자 55%가 인재 육성을 이해충돌이라고 답한 이유
이 계산은 심증이 아니다. 경제학자 잉그리드 헤겔레는 종업원 20만 명 규모 독일 제조기업의 인사 기록에 관리자·직원 설문을 붙여 관리자가 실제로 어떤 유인 아래에서 판단하는지를 측정했다. 분석 대상은 이 기업의 가장 큰 내부노동시장인 사무·관리직 3만 명 이상이고, 응답한 관리자는 전체의 62%다.

헤겔레 연구 원문 33쪽 Figure 1. 관리자의 96%는 자신의 개입이 구성원 경력에 큰 영향을 준다고 답했지만, 그 영향이 팀 성과만큼 회사에서 평가받는다고 본 관리자는 36%였다. 인재 육성 실적이 자신의 보상·승진에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40%다.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55%다. 관리자의 절반 이상이 “구성원의 경력 개발을 지원하는 일은 이해충돌을 낳는다”에 동의했다. 잘 키운 사람일수록 팀을 떠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재 독점에 해당하는 행동을 했다고 스스로 답한 관리자는 75%였다.
여기서 읽어야 할 것은 관리자 개인의 도덕성이 아니다. 96%와 36% 사이의 간격, 그리고 87%와 40% 사이의 간격이다. 관리자들은 인재 육성이 회사에 큰 가치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그 가치가 자기 평가표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함께 알고 있다.
팀장을 망설이게 하는 것은 애사심이 아니라 결원 보충의 난이도다
같은 연구에서 관리자의 68%는 “떠난 인재를 대체하기가 더 쉬웠다면 구성원의 경력 개발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문장은 인재 독점 문제의 성격을 다시 정의한다. 문제는 팀장의 소유욕이 아니라 보충의 불확실성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힘이 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동했다는 점이다. 팀 규모가 작을수록,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우는 데 실제로 걸린 평균 일수가 길수록 인재 독점의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관리자가 받는 성과연동 보수의 비중이 높을수록, 개인의 성과가 팀 밖에서 잘 보이지 않는 조직일수록 독점 경향은 강해졌다.
정리하면 인재 독점은 성격 유형이 아니라 조건 반응이다. 다음 조건이 겹치는 자리일수록 이동은 더 강하게 막힌다.
- 팀 인원이 적어 한 명이 빠지면 업무를 나눠 받을 사람이 없는 자리
- 같은 직무의 결원 충원에 평균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자리
- 팀장의 보상이 단기 팀 지표에 크게 연동된 자리
- 개인의 기여가 팀 밖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기능 조직
이 목록은 곧 우선순위 목록이다. 전사 캠페인보다, 이 조건에 해당하는 직무군의 보충 규칙을 먼저 손대는 편이 효과가 크다.
팀장이 바뀌자 사내지원이 78% 늘었다
인재 독점이 실제로 이동을 막는지 확인하려면 팀장의 유인만 잠깐 사라지는 상황이 필요하다. 헤겔레는 관리자가 다른 팀으로 발령 난다는 사실이 확정된 직후의 짧은 기간을 활용했다. 떠나는 것이 정해진 팀장은 더 이상 구성원을 붙잡을 이유가 없다.
평상시 2.9%이던 사내지원율이 그 기간에 2.3%포인트 올랐다. 상대값으로 78% 증가다. 팀장을 따라 옮기려는 움직임 때문이 아니다. 지원의 97%는 자기 팀 밖의 자리, 그리고 팀장이 옮겨 가는 팀이 아닌 자리를 향했다. 사내 이동은 늘었지만 회사 밖으로 나가는 이동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막혀 있던 것이 이직 욕구가 아니라 내부 이동 경로였다는 뜻이다.
증가폭은 모두에게 같지 않았다. 평가와 이력이 좋은 구성원일수록, 그리고 독점 성향이 강한 관리자 밑에 있던 구성원일수록 반응이 컸다. 독점 성향 상위 3분의 1에 속한 관리자가 떠났을 때 지원은 평균 3.6%포인트 늘었다. 붙잡히고 있던 사람이 정확히 회사가 다른 자리에 앉히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다.
지원이 늘어난 자리의 위치도 이 해석을 뒷받침한다. 증가폭은 현재 소속과 가까운 자리, 그러니까 같은 본부·같은 직무·같은 사업장 안의 공고에서 특히 컸다. 팀장이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은 자리일수록 평소에 더 강하게 억제되고 있었다는 뜻이다.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먼 자리에서는 애초에 억제가 약했으니 풀릴 것도 적었다.
이 대목은 사내공모 데이터를 읽는 방식도 바꾼다. 지원율이 낮은 팀을 두고 “우리 팀 사람들은 안정 지향”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억제가 강한 조직일수록 가까운 자리에 대한 지원이 먼저 사라진다. 팀별 지원율을 볼 때는 총량이 아니라 근거리 공고와 원거리 공고의 비율을 나눠 봐야 한다.
사내공모 제도가 있어도 승인 관행이 지원을 막는다
한국 기업의 사내공모 규정에는 대부분 “본인이 직접 지원하며 소속 부서장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조항이 들어 있다. 문서상으로는 경로가 열려 있다. 문제는 문서가 아니라 문서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같은 연구의 직원 설문에서 41%는 지원 사실이 알려질 경우의 불이익이 두려워 사내 지원을 망설인다고 답했다. 25%는 회사 규정이 요구하지 않는데도 지원 전에 팀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느꼈다. 16%는 팀을 떠나는 지원 자체가 의리 없는 행동으로 비친다고 답했다. 경력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을 묻는 자유응답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팀장의 지원 부족이었다.
제도와 관행이 어긋나는 지점은 대개 세 곳이다.
| 관행이 만들어지는 지점 | 지금의 기본값 | 직원이 받는 신호 |
|---|---|---|
| 지원 사실의 노출 | 지원 즉시 또는 서류 단계에서 현 부서장에게 통보 | 합격도 못 했는데 이미 배신자가 된다 |
| 승인 대기 | 부서 협의라는 이름으로 기한 없이 보류 | 반대는 없었지만 결론도 없다 |
| 인수인계 기간 | 보내는 팀과 받는 팀이 매번 개별 협상 | 팀장이 강하면 이동일은 계속 밀린다 |
세 지점 모두 규정을 어긴 것이 아니다. 규정이 정하지 않은 빈칸을 힘의 우위가 채운 결과다. 인재 독점을 줄이려면 이 빈칸을 규칙으로 메워야 한다.
빈칸을 확인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최근 1년치 사내공모 건을 골라 지원 접수일, 현 부서 통보일, 최종 합격일, 실제 이동일을 한 줄에 놓고 보면 된다. 합격일과 이동일 사이가 유독 긴 건들이 모여 있는 팀이 있다면 그 팀은 반대한 적이 없으면서도 이동을 늦춘 팀이다. 이 표는 어떤 설문보다 정확하게 승인 관행을 드러낸다.
교육 기회를 끊는 것이 가장 조용한 독점 수단이다
HRD 담당자라면 이 연구에서 반드시 봐야 할 대목이 하나 있다. 헤겔레는 관리자의 독점 행동을 재는 두 번째 방법으로 눈에 잘 띄는 교육 기회의 접근 제한을 썼는데, 그 결과가 평가등급을 이용한 첫 번째 측정과 방향도 크기도 비슷하게 나왔다.
임원이 참관하는 프로젝트형 과정, 타 본부와 섞이는 리더십 후보군 프로그램, 대외 발표가 따라오는 전문가 과정은 학습 기회인 동시에 노출 기회다. 팀장이 여기서 이름을 빼는 데는 어떤 승인도 필요 없다. “이번 분기는 일정이 안 된다”는 한마디면 충분하고, 기록에는 팀 사정에 따른 조정으로 남는다.
그래서 교육 참가자 명단은 인재 독점을 조기에 발견하는 가장 좋은 데이터다. 다음 신호가 반복되면 개인의 일정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로 봐야 한다.
- 특정 팀에서 고성과자만 계속 후보에서 빠지는 경우
- 같은 사람이 두 분기 이상 연속으로 참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
- 팀 내부 직무교육 이수율은 높은데 부서 간 노출형 과정 참가율만 유독 낮은 팀
- 추천 사유가 매번 업무 일정으로만 기록되는 팀
이동이 막힌 직원은 이직보다 학습을 먼저 줄인다
이동이 막혀도 사람이 곧바로 나가지는 않는다. 먼저 줄어드는 것은 학습이다. 배워도 갈 곳이 없다는 판단이 서면 자기계발 시간, 사내 과정 신청, 자격 준비가 순서대로 사라진다. HRD 지표에서는 참여율 하락으로만 보이기 때문에 원인이 이동 경로에 있다는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ManpowerGroup의 2026 Global Talent Barometer 24쪽. 자신의 역량과 경험에 대한 자신감은 89%인 반면, 조직 안에서 승진이나 이동 기회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62%다.
이 두 숫자의 간격이 인재 독점의 진짜 비용이다. 역량은 준비됐다고 느끼는데 그 역량을 쓸 자리가 조직 안에 보이지 않는 상태가 27%포인트만큼 존재한다. 경력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얻을 기회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76%였다. 배울 기회는 있고 옮길 자리는 없다는 인식이다.
교육 담당자에게 이 조합은 최악이다. 학습 투자는 계속 들어가는데 그 학습이 배치로 이어지지 않으면, 조직은 비용을 치른 뒤 그 결과물을 외부 노동시장에 넘겨준다.
인재 독점의 청구서는 승진자 명단의 품질로 돌아온다
인재 독점의 손실을 결원과 채용비용으로만 계산하면 실제 규모를 놓친다. 더 큰 손실은 지원하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후보군 자체가 나빠지는 데서 발생한다.
팀장이 붙잡지 않았다면 지원했을 사람들, 즉 관리자 발령 덕분에 비로소 지원한 한계 지원자들의 합격률은 49.1%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전체 지원자의 평균 합격률은 27.6%다. 막혀 있던 지원자가 평균보다 못한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더 잘 뽑혔을 사람들이었다는 뜻이다.
이 결과를 인사 회의의 언어로 옮기면 이렇다. 사내공모 지원율이 낮은 조직은 인재가 부족한 조직이 아니라, 뽑혔을 사람이 지원서를 내지 않는 조직이다. 그 상태에서 외부 채용을 늘리면 회사 안의 검증된 후보를 두고 검증되지 않은 후보를 사 오는 셈이다.
여성 구성원에게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팀장과의 관계 유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응답이 남성보다 22% 높았고, 경력 결정에서 팀장의 조언에 의존한다는 응답도 26% 높았다. 승인 관행이 모호할수록 관계를 신경 쓰는 사람이 먼저 물러선다.
관리자 KPI에 인재 배출 지표를 넣으면 형식 승인이 늘어난다
여기까지 오면 대책은 간단해 보인다. 팀장 평가에 인재 배출 항목을 넣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방향은 맞지만 지표 하나를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배출 인원수를 세면 팀장은 가장 보내기 쉬운 사람부터 보낸다. 성과가 낮은 구성원을 다른 팀으로 넘기는 것이 지표상으로는 우수한 인재 배출로 기록된다. 받는 팀은 곧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다음부터는 사내공모로 온 지원자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제도의 신뢰가 한 번 무너지면 회복에는 훨씬 긴 시간이 걸린다.
승인 건수를 세는 방식도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 팀장은 승인은 하되 이동일을 계속 미루거나, 형식적으로 동의한 뒤 받는 팀에 부정적인 평판을 전달한다. 어느 쪽도 규정 위반이 아니다.
지표를 설계할 때 다음 구분을 지키면 이런 우회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 세지 말아야 할 것 | 대신 세야 할 것 | 조작이 어려운 이유 |
|---|---|---|
| 팀에서 내보낸 인원수 | 이동 후 6개월 시점의 정착률 | 저성과자를 넘기면 지표가 나빠진다 |
| 이동 승인 건수 | 지원 접수부터 이동 완료까지 걸린 일수 | 미루는 방식으로는 개선되지 않는다 |
| 사내공모 지원자 수 | 팀별 지원율과 사내 채용 합격률의 격차 | 지원을 억제한 팀이 드러난다 |
| 교육 참가 인원 | 노출형 과정에서 고성과자가 빠진 비율 | 명단 조정이 기록으로 남는다 |
이동 승인 기한과 결원 보충 보장이 실제 해제 장치다
인재 독점을 푸는 장치는 설득이 아니라 규칙이다. 팀장이 사람을 보낼 때 감수하는 위험을 회사가 나눠 지겠다고 문서로 약속해야 한다. 다음 네 가지가 핵심이다.
첫째, 이동 승인 기한을 정한다. 지원자가 최종 합격한 뒤 보내는 팀이 의견을 낼 수 있는 기간을 못 박고, 그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승인된 것으로 처리한다. 반대 의견은 사유를 적어 인사 부서에 제출하게 하고, 같은 팀에서 같은 사유가 반복되면 별도로 검토한다. 보류라는 상태를 없애는 것이 목표다.
둘째, 결원 보충을 이동 승인과 묶는다. 사내 이동으로 생긴 결원은 정원 심의를 거치지 않고 즉시 충원 대상이 되도록 하고, 충원까지 걸리는 기간의 상한을 정한다. 상한을 넘기면 임시 인력이나 업무 재배분을 회사가 책임진다. 이 약속이 없으면 나머지 규칙은 종이에 그친다.
셋째, 인수인계 기간을 표준화한다. 매번 협상하게 두면 힘이 센 쪽이 이긴다. 직무 유형별로 4주에서 8주 사이의 표준 기간을 정하고, 그 안에서만 조정하게 한다.
넷째, 팀 성과 평가에 이동으로 인한 결원 기간을 반영한다. 사람이 빠진 기간만큼 목표를 조정하거나 평가에서 그 기간을 별도로 표시한다. 이 조정이 없으면 팀장은 규칙을 지키면서도 손해를 본다.
한국 기업의 인재 독점은 정원표와 결원 대기시간에 박혀 있다
한국 기업에는 이 문제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조건이 몇 가지 겹쳐 있다. 정원이 부서 단위로 배정되고 연 단위로 조정되는 구조에서는 결원이 생겨도 다음 정원 심의까지 기다려야 한다. 인력 예산이 동결된 해에는 그 기다림이 사실상 무기한이 된다. 팀장이 사람을 보내지 않는 이유가 여기서 완성된다.
승진 경로가 직급 중심으로 설계된 점도 영향을 준다. 수평 이동이 경력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약하면 직원 스스로도 지원을 미룬다. 팀장이 “지금 옮기면 승진에서 밀린다”고 조언할 때, 그 조언이 종종 사실이라는 점이 문제를 어렵게 만든다.
여기에 관계 부담이 더해진다. 팀장의 추천서가 승진 심사에서 실질적인 무게를 갖는 조직에서는 지원 사실을 알리는 일 자체가 위험 부담이 된다. 앞서 본 두 결과, 즉 관계 유지를 중시한다는 응답이 여성에게서 더 높았다는 점과 여성의 지원이 독점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점을 함께 놓으면 방향은 분명하다. 승인 절차가 모호할수록 조직에 오래 남아 관계를 쌓은 사람이 먼저 물러선다.
그래서 한국 기업에서 손대야 할 순서는 시스템 도입이 아니라 다음 세 가지다.
- 사내 이동으로 생긴 결원을 정원 심의 대상에서 빼고 즉시 충원 대상으로 분류한다
- 이동 후 첫 승진 심사에서 이동 기간을 불리하게 계산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명문화한다
- 부서장 평가 항목에서 팀 지표의 비중을 조정해, 결원 기간이 반영되도록 한다
세 가지 모두 새로운 플랫폼 없이 인사 규정만으로 시작할 수 있다. 반대로 이 세 가지를 그대로 둔 채 탤런트 마켓플레이스를 도입하면, 지원 버튼만 늘어나고 승인 병목은 그대로 남는다.
팀장 개인을 교체하는 대신 그 자리의 손익표를 바꾼다
인재 독점을 발견했을 때 가장 흔한 대응은 해당 팀장을 문제 인물로 분류하는 것이다. 이 대응은 대체로 실패한다. 다음 팀장도 같은 평가표와 같은 결원 규칙 아래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자리를 그대로 두고 사람만 바꾸면 같은 행동이 반복된다.
바꿔야 할 것은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매 분기 마주하는 계산이다. 사람을 보내면 목표가 조정되는가, 결원은 언제까지 채워지는가, 인재를 키워 내보낸 기록이 어디에 남는가. 이 세 질문에 회사가 구체적인 숫자로 답할 수 있으면 팀장은 굳이 사람을 붙잡지 않는다.
기업교육 부서가 여기서 맡을 몫도 분명하다. 노출형 과정의 참가자 명단을 팀별로 열어 보고, 고성과자가 반복해서 빠지는 팀을 인사 부서와 함께 확인하는 일이다. 학습 기회의 배분은 이동 경로의 선행 지표다. 교육 명단에서 이미 막혀 있던 사람은 사내공모에서도 지원서를 내지 않는다.
인재 독점은 조직이 나쁜 사람을 뽑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좋은 팀장에게 나쁜 계산식을 준 결과다. 계산식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사람을 그 자리에 앉혀도 결과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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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Ingrid Haegele, Talent Hoarding in Organizations, 2025: https://arxiv.org/abs/2206.15098
- ManpowerGroup, Global Talent Barometer 2026, 2026: https://www.manpowergroup.com/en/insights/talent-barometer
- 厚生労働省, 令和6年度「能力開発基本調査」の結果, 2025: https://www.mhlw.go.jp/stf/houdou/newpage_0020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