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3년 차 변호사가 계약 검토 의견서를 올린다. 예전이라면 막히는 조항마다 표시를 달고 파트너를 찾아갔을 것이다. 지금은 생성형 도구가 십오 분 만에 만든 초안을 다듬어 제출한다. 문장은 매끄럽고 인용도 정확하다. 파트너는 두 군데를 고쳐 승인한다. 왜 고쳤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설명할 만큼 큰 수정이 아니었고, 그날의 청구 가능 시간은 이미 넘겼다. 이 장면이 두 해 반복되면 그 변호사는 매끄러운 의견서를 빠르게 만들지만, 왜 하필 그 두 군데가 위험했는지는 끝내 배우지 못한다.
전문서비스 AI 도제학습은 법무·회계·컨설팅에서 시니어가 사안을 판단하는 근거를, AI를 실제로 쓰는 장면과 함께 주니어에게 넘기는 육성 설계다. 프롬프트 작성법이나 도구 활용 교육과는 층위가 다르다. 다루는 대상이 도구가 아니라 도구를 쓰고도 남아야 하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기업교육 관점에서 내리는 결론은 분명하다. 이 시장에서 먼저 사라지는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틀려 보고 고쳐지는 경험이며, 그 경험을 대신할 장치를 설계하지 않으면 AI는 주니어의 성장 속도가 아니라 성장 자체를 멈춰 세운다.
전문직 육성은 원래 교재가 아니라 도제 관계였다
로펌과 회계법인의 교육 예산 대부분은 집합교육에 쓰이지만, 실제로 사람을 만든 것은 사건 하나하나였다. 주니어가 초안을 쓰고, 시니어가 붉은 줄을 긋고, 그 줄이 왜 그어졌는지 되물으며 다음 초안을 쓴다. 이 순환이 교육과정 없이 굴러가는 커리큘럼이었다.
이 구조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이유는 아무도 그것을 교육이라고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표도 강의계획서도 없다. 그러나 주니어가 무엇을 언제 배우는지는 사건 배정과 리뷰 방식이 전부 정하고 있었다. 교육팀이 관여하지 않는 사이에 육성 설계는 이미 완결돼 있었다.
도제 구조에는 세 가지가 동시에 들어 있다. 안전하게 틀릴 기회, 틀린 지점을 짚어 주는 사람, 그리고 그 지적을 다시 시도해 볼 다음 사건이다. AI가 초안 작성을 가져가면 세 가지 중 첫 번째가 조용히 빠진다. 나머지 둘은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칠 대상이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 모델의 출력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지적의 성격이 달라진다.
주니어의 초안이 사라지면 시니어의 빨간 펜도 사라진다
시니어의 첨삭은 주니어가 어디서 어떻게 틀렸는지에 반응하는 행위였다. 상대의 오류 지점이 곧 설명의 진입로였다. 모델이 만든 초안은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틀린다. 근거가 없는 문장이 매끄럽게 서 있고, 정작 사안의 특수성은 통째로 빠진다. 시니어는 그 특수성을 직접 채워 넣고 넘어간다. 설명할 상대가 눈앞에 없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위험은 실무자들이 이미 감지하고 있다. Thomson Reuters Institute가 2026년 6월에 낸 전문직 종사자 조사에서 응답자의 71%는 초년 차 직군이 AI 때문에 밀려나는 역량을 기르려면 숙련자의 구조화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48%는 독립적 판단력이 자라는 과정 자체를 걱정했고, 45%는 경험을 통한 학습이, 28%는 멘토링의 질이 나빠질 것을 우려했다. 62개국 1,816명이 참여한 조사다.
같은 조사에서 나온 숫자 하나가 특히 중요하다. 법률 직군은 신뢰할 만한 독립적 판단에 이르는 기간이 약 1.7년 늘어날 것으로 봤지만, 세무 직군은 오히려 1.0년 앞당겨질 것으로 봤다. 방향이 갈린다는 사실은 AI 자체가 성장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초안 이후의 과정을 어떻게 설계했느냐가 부호를 바꾼다.
회계·법무 인력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보면 도제 구조가 드러난다
영국 Skills England가 2026년 6월에 낸 전문·비즈니스서비스 부문 스킬수요 평가를 보면 이 시장의 입직 경로가 어떤 모양인지 분명해진다. 회계·재무 견습 과정을 마친 사람의 72%(Level 4/5), 65%(Level 6+), 59%(Level 2/3)가 이 부문의 우선 직군으로 들어간다. 학문 경로인 법학 학사 이상은 46%, 경제학과 수학은 각각 39%다. 견습이 다른 어떤 경로보다 이 직군에 정확히 도착한다.

Skills England 전문·비즈니스서비스 부문 평가 원문 17쪽 Table 4. 상위 세 줄이 모두 회계·재무 견습이며, 진입률이 가장 높은 Level 4/5 경로의 규모는 1,010명으로 오히려 작다.
같은 보고서의 성장 지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021/22년 대비 2023/24년 이수자 증가율은 회계·재무 견습 Level 6+가 32%, Level 2/3이 30%인 반면 법학 학사 이상은 7%에 머물렀다. 우선 직군 20개는 2025년부터 2035년까지 11만 6천 명(9%)이 늘고, 여기에 41만 9천 명의 대체 수요가 더해져 총 53만 5천 명이 필요하다. 늘어나는 자리의 92%가 Level 4 이상 자격을 요구하고, 우선 직군의 24%는 이미 심각한 수요 부족 상태이며 71%는 심각하거나 높은 수요 압박을 받는다.
주목할 대목은 규모와 정확도가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표에서 인원이 가장 많은 경로는 경영학 학사 이상 13,860명이지만 진입률은 37%로 가장 낮다. 여덟 개 경로를 합쳐도 우선 직군 진입자의 44%에 그친다. 넓게 뽑아 넓게 흘려보내는 경로와, 좁게 뽑아 정확히 도착시키는 견습 경로가 한 시장 안에 공존한다. 이 부문에 연결된 견습 표준만 72개다.
한국의 로펌·회계법인·컨설팅펌도 구조는 같다. 신입 채용 규모가 아니라 사건 배정 방식이 인재 파이프라인의 실질을 정한다. 견습형 경로가 잘 작동하는 시장일수록 AI가 초안 단계를 가져갔을 때 잃는 것도 크다.
AI 노출이 크다는 말과 자동화 위험이 크다는 말은 다르다
경영진이 가장 자주 헷갈리는 지점이다. 전문직은 AI 노출도가 높은 대표 직군이지만, 자동화 위험은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두 지표는 같은 것을 재지 않는다. 노출도는 업무가 얼마나 빨라질 수 있는지를 재고, 자동화 위험은 사람 없이 끝날 수 있는지를 잰다.

OECD 「Skills in the AI age」 원문 16쪽 Figure 3. 아래쪽 패널 B가 자동화 위험이 가장 낮은 직군이며 경영·재무 운영과 법률이 나란히 올라 있다.
OECD가 2026년 7월에 낸 이 보고서는 고숙련 직군이 전체 자동화 위험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있고, 비정형 인지·사회·창의 업무일수록 자동화되기 어렵다고 정리한다. 동시에 프로그래밍·번역·통역을 포함한 고숙련 전문 업무가 생성형 AI 노출도에서는 상위에 있다고 짚는다.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OECD 노동자의 약 4분의 1이 생성형 AI에 노출됐고, 그 기준은 업무의 20% 이상이 AI 보조에 적합하다는 것이었다.
두 지표를 함께 놓으면 전문서비스의 상황이 정확히 보인다. 일은 빨라지고 자리는 남는다. 남는 자리에 요구되는 것은 빨라진 산출물을 검증하는 능력이다. Skills England도 이 부문에 필요한 AI 역량을 기술·비기술·책임 세 갈래로 나누면서, 세 번째 갈래에 “AI 산출물을 쓸 때의 전문가적 판단”과 “고객에게 전달하기 전에 AI가 만든 조언을 캐묻고 검증하는 능력”을 명시했다.
채용 공고 분석도 같은 그림을 그린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의 공고 가운데 72%가 관리 역량을, 67%가 업무 프로세스 역량을 최소 하나 이상 요구한다. 이런 고노출 직군이 분석 대상 공고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시장이 사는 것은 도구 조작이 아니라 도구가 만든 결과를 안고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다. 같은 보고서가 AI 역량 보유 인력을 전체 노동력의 약 1%로 추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능력을 외부 채용으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은 대부분 실패한다.
관찰 단계에서 주니어가 볼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시니어의 삭제선이다
도제의 첫 단계는 곁에서 보는 것이다. 문제는 무엇을 보게 하느냐다. 완성된 의견서를 읽히면 결과만 학습된다. 시니어가 모델 출력에서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남겼는지, 그 순서와 이유를 보게 해야 한계가 학습된다.
운영 규칙은 단순하다. 시니어가 AI 초안을 검토하는 회차 가운데 일정 비율을 주니어 배석으로 지정한다. 배석자는 받아 적지 않고, 검토가 끝난 뒤 시니어가 지운 문장 세 개를 골라 지운 이유를 자기 말로 복원한다. 복원문과 시니어의 실제 이유가 어긋난 지점이 이 단계의 학습 자료다.
관찰 단계에서 확인할 것은 다음 네 가지로 좁힌다.
- 시니어가 모델 출력의 어느 문장에서 처음 멈췄는가.
- 사실관계와 판단 가운데 무엇을 먼저 확인했는가.
- 원문을 직접 열어 본 대목과 그냥 넘어간 대목의 차이는 무엇인가.
- 고객에게 나가면 안 된다고 본 표현은 어떤 성격이었는가.
이 단계에서 프롬프트를 가르치지 않는다. 프롬프트는 나중에 배워도 늦지 않지만, 시니어가 멈추는 지점을 보는 기회는 그 사건이 끝나면 사라진다.
모방 단계에서는 주니어가 먼저 틀린 뒤에 AI를 들여보낸다
두 번째 단계에서 순서가 전부를 결정한다. AI 초안을 먼저 받고 주니어가 다듬으면, 주니어는 자기 판단을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채 남의 판단을 편집한다. 반대로 주니어가 먼저 30분짜리 초안을 쓰고 그다음에 모델을 돌리면, 두 결과의 차이가 그대로 진단표가 된다.
차이는 세 종류로 나뉘고 처방도 다르다.
| 차이의 종류 | 주니어 초안에서 나타나는 모습 | 필요한 처방 |
|---|---|---|
| 누락 | 모델이 짚은 쟁점을 아예 떠올리지 못했다 | 쟁점 목록과 과거 사건 대조 훈련 |
| 과잉 | 이 사안에 필요 없는 논점까지 끌어왔다 | 사안 범위를 좁히는 질문 연습 |
| 역전 | 모델이 놓친 특수 사정을 주니어가 잡았다 | 그 판단을 조서로 남겨 시니어와 공유 |
역전이 생기는 사건은 특히 귀하다. 이 시장에서 사람이 남아야 하는 이유가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역전 사례를 모아 두면 나중에 “AI가 못 잡는 것”을 추상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모방 단계의 산출물은 의견서가 아니라 대조표다. 대조표를 제출하지 않으면 그 사건은 육성 시간으로 계산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미리 합의해 둔다.
독립 단계는 연차가 아니라 검증 책임을 넘길 수 있는가로 판정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 조직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연차나 직급으로 자율성을 푸는 것이다. AI를 쓰면 3년 차의 산출물과 6년 차의 산출물이 겉으로 비슷해지므로, 겉모습을 근거로 삼으면 판정이 무너진다.
독립 판정은 산출물이 아니라 검증 행위를 본다. 확인할 질문은 넷이다. 모델 출력 가운데 어디를 원문으로 되짚었는가. 되짚지 않은 부분은 왜 되짚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는가. 고객에게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무엇을 확인했는가. 확신이 서지 않은 대목을 어떤 방식으로 표시해 올렸는가.
Skills England가 짚은 책임 역량에는 “AI 보조 판단의 감사 가능성과 방어 가능성”, “규제 대상 고객 맥락에서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달라지는 책임·귀책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함께 들어 있다. 세 가지 모두 산출물 품질과 별개로 측정되는 항목이다. 그리고 세 가지 모두 문서로 남기지 않으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권한 이양은 사건 유형별로 쪼갠다. 표준 계약 검토는 이미 넘겼더라도 규제 신고, 분쟁 대응, 신규 고객 첫 산출물은 남겨 둔다. 단계를 한 번에 통과시키지 않는 것이 결국 이양 속도를 높인다.
시니어가 고친 이유를 소리 내어 말하게 만드는 리뷰 형식이 필요하다
도제 교육의 병목은 주니어가 아니라 시니어다. 시니어의 판단은 대부분 언어화되지 않은 채 작동한다. 본인도 왜 그 조항이 걸렸는지 즉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설명을 요구하는 형식이 없으면 그 판단은 그 사람과 함께 조직을 떠난다.
가장 저렴한 장치는 리뷰의 형식을 바꾸는 것이다. 수정본을 조용히 올리는 대신, 수정 이유를 세 줄 이내로 적는 칸을 산출물 양식에 넣는다. 세 줄은 부담을 줄이려는 상한이 아니라 판단을 압축하게 만드는 장치다.
- 무엇을 고쳤는가: 조항 번호나 문단 위치.
- 왜 고쳤는가: 사실 오류, 위험 과소평가, 표현 수위, 고객 관계 가운데 하나.
- 다음에 같은 상황이면 무엇을 먼저 볼 것인가.
세 번째 줄이 핵심이다. 앞의 두 줄은 이번 사건의 기록이지만, 세 번째 줄은 다음 사건에 옮겨 갈 수 있는 형태로 판단을 꺼내 놓는다. 이 기록이 쌓이면 신입 교육 자료를 외부에서 사 오지 않아도 된다.
성장 증거는 산출물 품질이 아니라 판단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
AI를 쓰면 주니어의 산출물 점수는 올라간다. 그러므로 산출물 점수로 성장을 판정하는 평가 체계는 이제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평가의 초점을 옮겨야 한다.
| 보던 지표 | 옮겨 갈 지표 |
|---|---|
| 의견서 완성도 점수 | AI 초안과 자기 초안의 차이를 설명한 정확도 |
| 수정 지적 건수 | 같은 유형의 지적이 다음 사건에서 줄어든 비율 |
| 처리 사건 수 | 스스로 표시해 올린 불확실 구간의 적중률 |
| 도구 사용 숙련도 | 원문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대목의 타당성 |
오른쪽 지표는 모두 과정 기록이 있어야 계산된다. 대조표와 세 줄 수정 사유가 그 기록이다. 별도 평가 시스템을 새로 사지 않아도 되고, 기존 문서 양식에 칸을 늘리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OECD가 이 시대의 보완 역량으로 꼽는 것도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학습하는 법 배우기, 자기조절 같은 상위인지 역량과 공감·책임·협업 같은 사회정서 역량이다. 이 역량들은 산출물 한 장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반복된 판단 기록으로만 보인다.
청구 가능 시간이 도제 시간을 밀어내는 구조를 먼저 손봐라
여기까지의 설계는 시니어가 시간을 쓰지 않으면 한 줄도 작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문서비스의 보상 구조는 정확히 그 시간을 벌하도록 돼 있다. 배석 한 시간, 수정 사유 세 줄, 대조표 검토는 모두 청구되지 않는다.
Thomson Reuters Institute 조사가 던진 질문이 이 지점을 정확히 찌른다. 초년 차 채용이 줄고 중간·상위 연차만 남는데 중간 연차의 청구 부담이 그대로라면, 구조화된 지원을 제공할 시간은 누구에게 남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교육 프로그램만 늘리는 조직은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
풀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고, 모두 인사·보상 결정이지 교육 결정이 아니다.
- 육성 시간을 별도 코드로 인정해 목표 시간에 산입한다.
- 파트너 승진 심사에서 도제 기록을 정량 항목으로 넣는다.
- 사건 수임 단계에서 육성 배석분을 원가에 미리 반영한다.
셋 중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시니어에게 “후배를 잘 키우라”고 말하는 것은 요청이 아니라 개인 희생에 대한 기대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사업장 조사에서도 같은 구조가 드러난다. 계획적 OJT를 실시한 사업장은 정사원 대상 61.1%지만, 대상을 직층별로 나누면 신입사원 54.7%, 중견사원 37.5%, 관리직층 24.8%로 내려간다. 바쁜 계층일수록 계획된 육성에서 먼저 빠진다는 뜻이다.
성인 학습 참여율이 여러 나라에서 정체하거나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OECD의 관찰도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학습 의지가 줄어서가 아니라 학습이 들어갈 시간대가 남지 않아서다. 전문서비스에서 그 시간대는 청구 코드가 없는 시간이다.
한국 로펌·회계법인이 지금 바꿔야 할 운영 규칙 세 가지
한국 전문서비스 조직의 조건은 몇 가지 점에서 다르다. 인력 규모가 작아 시니어 한 명이 감당하는 사건 폭이 넓고, 자격시험 이후의 실무 수습 기간이 제도로 정해져 있으며, 고객사가 산출물 납기를 짧게 요구한다. 이 조건에서 우선순위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AI 사용 규정을 금지 목록이 아니라 단계 규정으로 다시 쓴다. “생성형 도구 사용 금지”나 “자유 사용” 대신, 관찰·모방·독립 각 단계에서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사건 유형별로 적는다. 규정 문서 한 장이 교육 과정 열 개보다 행동을 정확히 바꾼다.
둘째, 수습 기간의 배정 원칙을 사건 난이도가 아니라 판단 노출도로 바꾼다. 쉬운 사건을 많이 주는 것보다, 시니어가 실제로 고민한 사건에 배석시키는 편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판단을 전한다. 난이도가 낮은 사건일수록 AI가 이미 대신하고 있다.
셋째, 이직으로 빠져나가는 판단을 문서로 붙잡는다. 세 줄 수정 사유와 역전 사례집은 특정 파트너가 떠나도 남는다. 국내 시장의 인력 이동 속도를 생각하면 이 기록은 교육 자료가 아니라 위험 관리 자산이다.
전면 금지도 전면 허용도 도제를 되살리지 못한다
AI 사용을 막는 선택은 겉보기에 도제를 지키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주니어가 시장에서 통용되는 작업 방식을 배우지 못하게 만들고, 조직은 납기 경쟁에서 밀린다. 반대로 아무 조건 없이 열어 두면 산출물은 빨라지지만 판단의 전수 경로가 끊긴다. 두 선택 모두 5년 뒤에 같은 결과에 도착한다. 검증할 줄 아는 시니어가 남지 않는다.
세 번째 길은 순서를 설계하는 것이다. 관찰 단계에서 시니어가 멈추는 지점을 보게 하고, 모방 단계에서 주니어가 먼저 틀리게 하고, 독립 단계에서 검증 책임으로 판정한다. 그 위에 수정 이유를 언어화하는 리뷰 형식과 판단 과정을 보는 평가, 그리고 육성 시간을 인정하는 보상 규칙을 얹는다.
Skills England가 이 부문의 결론으로 적은 문장은 짧다. 일부 정형 업무는 자동화되지만 전체 수요는 줄지 않으며, 역할이 AI 역량을 요구하는 쪽으로 다시 정의된다는 것이다. 역할이 다시 정의된다면 그 역할을 배우는 방식도 다시 정의돼야 한다. 초안을 넘긴 자리에 무엇을 놓을지 정하는 일이 지금 이 시장의 교육 설계다.
함께 읽을 글
- AI 리터러시 교육의 기준: 한 번의 특강보다 반복 훈련이 성과를 만든다
- AI 시대 기업교육의 성패는 강의 수가 아니라 성과-학습 루프에 달려 있다
- 중간관리자 AI 교육이 없으면 AI 도입은 팀장 앞에서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