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위원회에 화력 설비를 늘리려는 중견 제조사의 시설자금 연장 안건이 올라왔다. 담당 심사역은 그해 전사 ESG 과정을 이수했고 사내 평가도 통과했다. 그런데 이 차주의 전환계획이 등급 모형이 잡아내지 못한 상환능력 악화를 뜻하는지, 담보 부동산의 침수 이력이 재평가 사유가 되는지는 회의에서 아무도 말하지 못했다. 회의록에는 “ESG 리스크 상존”이라는 한 줄과 기존 등급 유지만 남았다.
기후리스크 역량은 기후변화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아니라,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가 특정 거래·담보·포트폴리오의 상환능력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자기 직무의 판단 단위로 바꾸고 그 근거를 기록으로 남기는 능력이다. 인식은 전 직원이 공유해도 되지만 판단 단위는 직무마다 갈라진다.
기업교육 관점의 결론은 분명하다. 기후 교육은 교양 과정 수료율이 아니라 규제가 요구하는 산출물에서 역산해 설계해야 한다. 공시 문장, 시나리오 분석 결과, 자본과 여신의 배분 근거를 누가 무엇을 보고 만드는지 먼저 정하면 필요한 역량은 직무별로 저절로 나뉜다.
전 직원 ESG 교육을 끝낸 은행에서도 여신 등급은 그대로였다
유럽중앙은행은 2020년 11월 기후·환경 리스크 가이드를 낸 뒤 2022년 주제별 검토를 거쳐 기관별로 2024년 말까지 기대수준에 맞추도록 기한을 정했다. 그 5년의 관찰 결과를 정리한 2026년 5월 자료를 보면, 2022년에는 25%가 아무 관행도 갖추지 못했고 3%만 선도 관행을 가졌지만 2024년 말에는 선도 관행 보유 기관이 56%로 늘었다.
이 숫자는 조직 차원의 체계가 자리 잡았다는 뜻이지 개별 심사역의 판단이 바뀌었다는 뜻이 아니다. 정책 문서, 리스크 선호 한도, 지배구조 위원회는 소수의 담당자가 만들어도 성립한다. 반면 대출 한 건의 등급을 조정하는 판단은 그 건을 맡은 사람 말고는 아무도 대신할 수 없다. 같은 시점에 기초 수준에 머문 기관이 17%, 아무 관행도 없는 기관이 5% 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봐야 한다. 진전의 속도는 기관마다 크게 달랐다.
교양 교육의 성과 지표와 판단의 변화는 애초에 연결점이 없다. 수료율과 만족도는 콘텐츠가 배포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 어떤 안건에서 결론이 달라졌는지는 세지 않는다. 교육이 실패했다기보다, 판단을 요구하지 않는 과제를 판단 훈련이라고 불러 온 것이다.
규제가 최종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인식이 아니라 세 가지 산출물이다
IFRS S2는 2023년 6월에 나와 2024년 1월 1일 이후 시작하는 회계연도부터 적용된다. 이 기준은 기업이 전략과 사업모형의 기후 회복력을 평가하고, 그 평가에 기후 시나리오 분석을 사용하도록 요구한다. 공시해야 하는 것은 전략과 사업모형에 미치는 영향과 조정 방식, 고려한 중요한 불확실성 영역, 단기·중기·장기의 조정 역량이다.
여기에 시나리오 분석을 언제 어떻게 수행했는지, 어떤 투입값을 썼고 어떤 핵심 가정을 세웠는지, 어느 보고기간에 수행했는지가 함께 붙는다. 유럽 은행들이 내부자본적정성평가와 유동성적정성평가에 기후·자연 리스크를 통합해 온 흐름까지 놓고 보면, 금융회사가 실제로 내놓아야 하는 것은 세 종류다. 공시 문장, 시나리오 분석 결과, 그리고 자본과 여신의 배분 근거다.
세 산출물에는 각각 최종 서명자가 있다. 서명 앞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판단이 있고, 그 판단이 비어 있으면 산출물은 외부에서 사 온 문서의 요약으로 채워진다. 공시 문장은 공시 담당 부서가 쓰지만 그 문장이 참인지 아는 사람은 여신과 운용 쪽에 있다. 시나리오 분석 결과는 리스크 부서가 내놓지만 가정이 현실적인지 아는 사람은 업종을 아는 심사역이다.
교육 설계는 이 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산출물 목록을 먼저 놓고 각 항목이 어느 부서의 어떤 판단을 거치는지 그리면 커리큘럼의 뼈대가 나온다. 기후 개념 목록에서 출발하면 어느 부서에도 붙지 않는 과정이 생긴다.
IFRS S2는 접근법을 정하는 변수로 내부 역량을 지목한다
기후 시나리오 분석의 접근법을 정할 때 기업은 먼저 자신의 기후 리스크·기회 노출도를 보고, 동시에 내부와 외부에서 쓸 수 있는 스킬·역량·자원을 평가한다. 노출도가 높고 역량이 낮으면 정성적 분석 같은 단순한 접근을, 둘 다 높으면 정량 모델링 같은 고도화된 접근을 택하는 구조다.
역량이 준비물이 아니라 접근법 자체를 규정하는 변수라는 뜻이다. 외부 자원을 늘리면 접근법은 정교해지지만 판단의 소재지는 회사 밖으로 옮겨간다. 감독기관이나 투자자가 가정의 근거를 물었을 때 답할 사람이 사내에 없다면 그 정교함은 회사의 역량이 아니다.
주기 설계에도 영향을 준다. 회복력 평가는 해마다 하지만 시나리오 분석까지 매년 갱신할 의무는 없고, 최소한 전략계획 주기에 맞춰 갱신하면서 그때마다 자신의 상황을 다시 평가하면 된다. 그렇다면 기후 교육의 주기도 연간 필수과정 캘린더가 아니라 전략계획과 자본계획 주기에 붙어야 한다.
이 구조는 역량 진단의 형식도 바꾼다. 확인할 것은 임직원의 기후 지식 수준이 아니라, 노출도가 높은 포트폴리오에서 회사가 택한 접근법을 사내에서 설명하고 방어할 사람이 몇 명인지다. 그 인원이 한 명이면 접근법을 고도화해도 회사의 역량은 한 명분이다.
유럽 감독 당국이 관찰한 기후 교육은 대상별로 내용이 갈라져 있었다
유럽중앙은행이 60곳이 넘는 기관에서 수집해 정리한 교육 관행 목록에는 교육 주제 옆에 대상 칸이 따로 있다. 경영진에게는 온실가스 배출 원칙과 산정·측정, 생물다양성 리스크의 재무 전달 경로, 전환계획 수립이 배정됐다. 직원에게는 사업라인별로 쪼갠 기후·환경 법규, 자사의 기후·자연 리스크 정책, 건전성 요건의 내부자본적정성평가 통합, 그린워싱 완화 절차, 고객 전환계획의 평가 방법이 배정됐다.

같은 기후 주제라도 경영진 과정은 승인과 감독 관점에서, 직원 과정은 실행과 판정 관점에서 구성됐다. 대상 칸이 비어 있는 커리큘럼은 이 구분을 처음부터 포기한 설계다.
여기에 더해 고객 전환계획을 다루는 교육은 대상이 다시 쪼개진다. 전환계획을 세우는 원리와 재무적 영향은 경영진에게, 고객 전환계획을 평가하는 회사의 전략과 도구는 경영진과 최고경영자, 주요 직무 담당자에게, 개별 고객 전환계획을 실제로 수집하고 평가하는 절차는 직원에게 배정됐다. 같은 주제가 승인, 설계, 실행의 세 층으로 나뉜 셈이다.
한국의 많은 금융회사가 여기서 반대로 간다. 하나의 과정을 만들어 전 직원에게 배포하고, 경영진에게는 같은 내용을 짧게 줄인 버전을 제공한다. 요약본은 승인 판단에 필요한 깊이를 오히려 덜어낸다. 이사회가 자본적정성 평가에 기후 리스크가 어떻게 반영됐는지 물으려면 배출량 산정 방식과 그 한계를 먼저 알아야 하는데, 축약본에서 가장 먼저 빠지는 것이 그 부분이다.
여신 심사역이 배울 것은 모형 등급을 뒤집는 근거와 그 기록이다
유럽 은행들이 실제로 운영하는 절차는 신용승인이나 등급검토 과정에서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를 평가해 저·중·고로 나누는 데서 시작한다. 저위험과 중위험은 추가 평가 없이 지나가고, 고위험만 차주의 상환능력에 미치는 영향과 완화수단을 심층 평가한다. 그 결과 상환능력이 모형 산출 등급보다 실질적으로 나쁘다고 판단되면 내부 신용등급을 하향한다.

한 기관은 기후·자연 사유의 오버라이드를 하향 조정에만 쓴다. 심층 평가에는 현재와 전망 온실가스 배출량, 녹색 자본지출 비중, 신용평가사의 ESG 데이터, 차주 업종이 지표로 들어간다.
교육 과제는 여기서 두 개로 좁혀진다. 어떤 신호를 보면 심층 평가를 발동시켜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근거로 하향을 제안하고 그 근거를 어디에 남기는지다. 등급 모형의 원리를 설명하는 강의로는 둘 다 훈련되지 않는다. 자사 포트폴리오에서 뽑은 실제 여신 건을 놓고 발동 여부와 조정 폭을 판정하고, 그 판정을 서로 비교하는 방식이라야 판단이 만들어진다.
상향 판단은 훨씬 까다롭다. 전환 리스크가 낮게 평가되고 배출을 줄이는 설비 투자처럼 수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사건이 예상되면 상향을 검토하는 사례도 관찰된다. 다만 상향은 근거의 문턱이 하향보다 높다. 녹색 자본지출이 실제로 집행됐는지, 그 투자가 규제 비용을 줄이는지, 회수 기간이 여신 만기 안에 들어오는지를 구분하지 못하면 상향은 곧 낙관 편향이 된다. 심사역 교육에서 이 비대칭을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조직은 하향만 기록하거나 반대로 근거 없는 상향을 쌓는다.
리스크 관리의 역량은 시나리오 선택이 아니라 가정과 추정치를 방어하는 능력이다
IFRS S2는 어떤 시나리오를 쓰라고 지정하지 않는다. 대신 사용한 투입값과 세운 핵심 가정, 고려한 중요한 불확실성 영역을 공시하게 한다. 시나리오 목록을 외우는 교육이 쓸모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요구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방어다.
배출량 숫자도 마찬가지다. 금융회사가 보는 차주 배출량 대부분은 업종 평균 원단위에 활동량을 곱한 추정치이지 실측이 아니다. 물리적 리스크의 지리 정보도 담보 소재지의 좌표 정밀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유럽 은행들이 데이터 카탈로그, 제3자 데이터 공급자 선정 기준, 공개 데이터 출처를 별도 항목으로 관리해 온 것도 이 불확실성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 부서의 훈련 과제는 다음 네 가지로 정리된다.
- 가정을 하나씩 바꿔 결론의 부호가 뒤집히는 지점을 찾고 그 지점을 공시 문장으로 기술한다.
- 추정치에 근거한 결정과 실측에 근거한 결정을 서로 다른 승인 절차에 태운다.
- 데이터의 출처·산정 방법·갱신 시점을 숫자와 한 묶음으로 읽는 습관을 만든다.
- 외부 데이터 공급자를 바꿨을 때 과거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재계산해 본다.
불확실성을 공시하는 일과 결론을 흐리는 일은 다르다.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문장은 아무 정보도 주지 않는다. 어떤 변수가 어느 범위에서 움직이면 판단이 달라지는지 적는 문장이 불확실성 공시다. 이 차이를 문장 수준에서 훈련하지 않으면 공시는 방어적 상투구로 채워진다.
자산운용과 상품 개발은 같은 배출량 숫자를 서로 다른 결정에 쓴다
같은 데이터가 직무를 지나면서 전혀 다른 결정으로 바뀐다. 자산운용은 편입과 제외, 의결권 행사를 정하고 상품 개발은 상품 문구와 라벨,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의 성과지표 기준선과 검증 절차를 정한다. 두 직무를 같은 과정에 묶으면 양쪽 다 얕아진다.
| 직무 | 판단해야 할 질문 | 판단의 증거 | 틀렸을 때 드러나는 곳 |
|---|---|---|---|
| 여신 심사역 | 전환·물리 리스크가 모형 등급보다 상환능력을 더 나쁘게 만드는가 | 심층 평가 발동 기록과 등급 조정 사유 | 부도 이후 사후 검토, 오버라이드 이력의 공백 |
| 리스크 관리 | 어떤 가정에서 결과가 뒤집히고 그 불확실성을 어디까지 공시하는가 | 시나리오 투입값·가정·민감도 기록 | 공시 문장과 내부 분석 자료의 불일치 |
| 자산운용 | 이 배출량 숫자가 편입·제외를 바꿀 만큼 확실한가 | 데이터 출처·산정 방법·갱신 시점 | 벤치마크 대비 설명되지 않는 편차 |
| 상품 개발 | 이 문구가 근거로 지탱되고 성과지표 기준선이 검증 가능한가 | 문구별 근거 문서와 지표 검증 절차 | 판매 이후의 표시·광고 분쟁 |
| 내부감사 | 판단이 있었다는 흔적이 실제로 남아 있는가 | 예외·오버라이드·반려 기록의 표본 | 감독 검사에서의 증빙 요구 |
이 표를 교육 계획표로 바꾸면 과정 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의 성격이 바뀐다. 강의 다섯 개가 아니라 판정 과제 다섯 종류가 필요하다. 공통으로 배울 것은 배출량 산정의 기본 원리와 물리·전환 리스크의 구분 정도로 충분하고, 나머지 시간은 각자의 결정 형식에 쓰는 편이 낫다.
직무 간 접점도 설계 대상이다. 상품 개발이 정한 성과지표 기준선은 여신 심사가 나중에 검증하고, 리스크 관리가 세운 가정은 자산운용의 종목 판단에 쓰인다. 넘겨받는 순간 무엇을 확인할지 정해 두지 않으면 각 직무는 앞 단계를 검증된 사실로 취급한다.
그린워싱은 컴플라이언스 문서가 아니라 상품 문장에서 판정된다
유럽 은행들의 관행 목록에서 그린워싱 완화 교육의 대상은 경영진이 아니라 직원이다. 판정이 실제로 갈리는 지점이 상품 설명서의 한 문장, 마케팅 자료의 한 단어, 성과지표 정의의 기준선이기 때문이다.
컴플라이언스 검토는 이미 쓰인 문장을 본다. 문장을 처음 쓰는 사람이 “탄소중립을 지향하는”과 “2030년까지 감축 목표를 검증받은”의 근거 강도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검토 단계에서도 걸러지지 않는다.
훈련 방법은 단순하다. 자사가 실제로 쓴 상품 문구 서너 개를 놓고 각 표현을 뒷받침하는 원문 근거까지 역추적하게 한다. 근거 문서에 도달하지 못하는 문구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문장을 고친다. 이 과제를 반복하면 담당자는 근거의 등급을 스스로 구분하게 된다. 제3자 검증을 받은 목표, 회사가 공표만 한 목표, 업계 평균으로 추정한 수치는 표현의 강도가 달라야 한다.
법무와 컴플라이언스의 역할도 바뀐다. 완성된 문구를 통과시키는 심판이 아니라, 근거 등급별로 쓸 수 있는 표현 범위를 미리 제공하는 쪽이 실효가 크다.
내부감사와 외부 컨설팅이 남기는 것은 서로 다른 종류의 기록이다
외부 컨설팅은 산출물을 남긴다. 보고서, 모형, 매핑표, 데이터 파이프라인은 계약 종료 뒤에도 회사에 남는다. 남지 않는 것은 그 산출물을 만들 때 오간 판단이다. 왜 이 시나리오를 골랐는지, 어떤 가정을 기각했는지, 어떤 문구를 왜 뺐는지는 계약과 함께 나간다.
내부에 최소한 남겨야 할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시나리오와 가정을 선택한 이유, 그리고 기각한 대안과 기각 사유.
- 등급이나 평가를 모형과 다르게 조정한 건의 사유와 사후 결과.
- 상품 문구에서 삭제하거나 수정한 표현과 그 근거 문서.
- 외부 산출물을 사내 결정에 적용할 때 붙인 조건과 한계.
유럽 은행들이 등급 모형에 기후·자연 사유의 오버라이드 코드와 플래그를 심어 둔 이유도 같다. 이 코드는 감사 증적인 동시에 다음 모형 개발에 쓸 데이터가 된다. 판단을 기록하지 않으면 그 판단은 조직의 학습 자산이 되지 못하고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진다.
내부감사가 확인할 것은 결론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판단이 있었다는 흔적이다. 흔적이 없으면 옳은 결론도 감독 검사에서 증명되지 않는다. 외주 계약서에 산출물 목록만 적고 판단 근거의 인수인계 조항을 빼면, 계약이 끝난 뒤 회사에는 설명할 수 없는 모형만 남는다.
금융 고유 직무는 외부 노동시장에서 조달되지 않는다
영국 재무부와 스킬스잉글랜드가 함께 지정한 금융서비스 우선 직군 10개 가운데 6개는 다른 산업의 우선 직군과 겹친다. 겹치는 직군은 대체로 디지털과 IT다. 겹치지 않는 4개에 브로커, 보험 언더라이터, 재무·회계 기술직이 들어 있다. 우선 직군의 50%가 수요가 크게 높은 상태이고 70%가 그 이상이거나 평균을 웃돈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IT 업무 분석은 7개, 6개 산업이 함께 찾는 직군이다. 기후 데이터와 모델링 인력을 외부에서 뽑겠다는 계획은 이 경쟁을 뚫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두 갈래가 명확해진다. 기후 데이터·모델링 인력은 다른 산업과 경쟁해 채용해야 하고, 기후 판단이 실제로 붙어야 할 여신 심사와 언더라이팅 직무는 외부에 노동시장 자체가 얇다. 후자는 내부 육성 말고 다른 경로가 없다.
영국은 금융서비스를 국내총부가가치의 약 8%를 차지하는 산업으로 보고 2025년 고용 규모를 136만 4천 명으로 추정하면서, 지속가능금융을 별도 하위 부문으로 명시하고 넷제로 전환에 필요한 자금 공급에서 이 산업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산업 전체가 전환 금융의 통로가 된다면 기후 판단은 특정 전담 조직의 업무가 아니라 여신과 인수 업무의 기본 동작이 된다.
전담 조직만 키우는 접근의 한계도 여기서 드러난다. 지속가능금융팀의 역할은 판단을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 기준과 데이터를 현업이 쓸 수 있는 형태로 유지하는 데 있다.
한국 금융회사는 기후 교육을 여신 규정과 상품 승인 절차에 붙여야 한다
교육 부서가 커리큘럼을 먼저 설계하면 기후 교육은 다시 교양 과정으로 돌아간다. 순서를 뒤집는 편이 정확하다. 여신 심사 규정, 상품 승인 절차, 리스크 관리 규정, 감사 계획에 판단 항목을 먼저 심고, 그 항목을 수행하지 못하는 지점을 교육 과제로 되돌린다.
규정에 넣을 항목은 이런 형태다.
- 특정 업종과 담보 유형에서 기후 심층 평가를 의무적으로 발동시키는 기준.
- 등급이나 가치평가를 조정할 때 남겨야 할 근거 항목과 기록 위치.
- 상품 문구의 지속가능성 표현에 요구되는 근거 문서의 등급.
- 외부 자문 결과를 사내 결정에 반영할 때 필요한 내부 검토자의 자격.
지주회사 구조에서는 그룹 기준과 개별사 기준의 간격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은행, 보험, 자산운용은 같은 기후 데이터를 보면서도 규제 산출물이 다르다. 그룹 공통 교육을 만들되 판정 과제는 회사별로 갈라 두는 편이 낫다. 보험사의 언더라이터가 다루는 물리적 리스크의 시간축은 은행 여신의 만기와 다르고, 자산운용의 판단 단위는 개별 차주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구성이다.
교육 부서가 이 순서를 주도하기는 어렵다. 규정 개정 권한은 여신정책, 상품정책, 리스크 관리 부서에 있다. 교육 부서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여는 커리큘럼 확대가 아니라, 각 규정에 판단 항목이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그 항목을 수행하지 못한 사례를 모아 되돌려 주는 일이다.
기후리스크 역량이 실제로 자리 잡았는지 보는 여섯 가지 증거
수료율은 답을 주지 않는다. 아래 여섯 가지는 판단이 일어났는지를 직접 보여 준다.
- 기후 사유로 심층 평가가 발동된 여신 건수와 그중 등급이 조정된 비율.
- 조정 사유란에 업종명이 아니라 차주 고유의 근거가 적힌 비율.
- 공시한 시나리오 가정을 사내 인력이 감독기관 질의에 직접 답변한 건수.
- 상품 승인 과정에서 근거 부족으로 수정되거나 삭제된 지속가능성 표현의 수.
- 외부 자문 산출물에 내부 검토자가 조건이나 한계를 붙여 반려한 건수.
- 감사 표본에서 판단 근거가 문서로 확인된 비율과 확인되지 않은 사유.
이 여섯 숫자가 모두 0에 가깝다면 교육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판단이 요구되지 않는 절차를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이다. 절차를 고치지 않은 채 과정을 늘리면 수료율만 다시 올라간다. 반대로 숫자가 갑자기 커지는 것도 그 자체로는 좋은 신호가 아니다. 조정 사유가 업종명 한 줄로 채워지고 있다면 형식만 갖춘 기록이 늘어난 것이다.
기후리스크 역량을 갖췄다는 말의 최종 의미는 단순하다. 감독기관이든 투자자든 “이 판단의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외부 자문사가 아니라 그 결정을 내린 사내 담당자가 자기 언어로 답할 수 있는 상태다. ESG 교양 교육은 그 질문을 이해하게 해 주지만, 답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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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European Central Bank, Good practices for climate and nature risk management: Observations from the ECB’s five-year climate and nature risk programme (2020-25), 2026: https://www.bankingsupervision.europa.eu/ecb/pub/pdf/ssm.thematicreviewcercompendiumgoodpractices052026.en.pdf
- Skills England, Sector Skills Needs Assessment: Financial Services, 2026: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media/6a18581f65bc5f798327f4c3/sna_financial_services.pdf
- IFRS Foundation, Factsheet Series: Climate resilience and climate-related scenario analysis requirements in IFRS S2, 2026: https://www.ifrs.org/content/dam/ifrs/supporting-implementation/ifrs-s2/climate-related-scenario-factsheet.pdf
- サステナビリティ基準委員会, サステナビリティ開示基準, 2025: https://www.ssb-j.jp/jp/ssbj_standards.html